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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woo Jung (Artist Talk)

2024. 3. 2_14:00

Si-woo Jung (Artist Talk)

개인전 《너는 누구이며 나는 무엇을 할 수 없는가》 전시 전경
https://www.over-man.com/exhibition/2024.02.24-03.10

Si-woo Jung (Artist Talk)

오윤영)
안녕하세요, 작가님. 한국에서 첫 개인전을 여셨는데, 작품들을 독일에서 제작 후 분해하여 한국에서 다시 조립하셨다고요. 이전에 이 인형들과 함께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는 퍼포먼스를 진행하셨는데, 이를 여기서 다시 합치고 선보인다는 것이 저에게는 사회·문화적 규범에 대한 의문을 보여주는 퍼포먼스의 연장으로 보였습니다. 그렇다면 작가님은 ‘이동’과 ‘문화’ 혹은 ‘옷’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시나요?



정시우)
문화라는 단어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자연 상태에서 벗어나 일정한 목적 또는 생활 이상을 실현하고자 사회 구성원에 의하여 습득·공유·전달되는 행동 양식”이라고 정의되어 있습니다. 저에게 문화는 사회적 규범이나 도덕이랑도 비슷한 모습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조금 더 생활적인 양식들이 더 많은 단어이고, 제가 봤을 때 문화를 보여주는 요소인 매개체적인 면에서 옷이라는 주제가 굉장히 흥미롭다고 생각했거든요.

옷이라는 게 저희의 개성이라고도 이야기하지만, 사회적으로 필터링되는 부분이 분명 존재하고, 그 안에서 사실 규율이 있기 때문에 옷으로 작업을 해보면 그 사회나 문화를 보여줄 수 있는 요소가 참 많겠다고 생각했어요. 저에게 이동이라는 것은 제 문화에서 한 발짝 물러서기, 그 문화를 다른 문화권과 비교해 보고 분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 같아요.



오윤영)
전시명 <너는 누구이며 나는 무엇을 할 수 없는가>에서 ‘너’와 ‘나’는 모두 사회에 종속된 개인을 이야기하는 것처럼 다가왔습니다. 인형은 각각 한 사람의 옷을 기증받고, 이는 작가님의 긴 시간을 통해 제작되고요. 본래 주인의 나이도 성별도 알 수 없는 인형들은 수수께끼처럼 전시장에 놓여 너는 누구이며 무엇을 할 수 없니? 라고 되묻는듯했어요. ‘해체와 재조립’은 작가님에게 어떻게 다가오나요?



정시우)
저희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라는 말을 하잖아요. 저는 그 말 자체가 인간이 사회적이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으로 느껴지거든요. 인간은 어떻게 사회적으로 살아남는가에 대한 물음이 결국 저희는 해체와 재조립과 같다고 생각해요. 저희가 사회적으로 받는 의무 교육이라던지 개인이 태어날 때부터 가지는 기질 아니면 부모님을 통해서 계속 연결돼서 받아져 오는 교육 그런 양상 모든 것들이 해체와 재조립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해요.

제 작업을 대하는 저의 태도에서도 저는 많은 폭력성을 마주하고 있어요. 옷이라는 것은 사실 입기 위해서 제작이 되었고, 누군가가 그 옷들을 입었고, 그걸 제가 다시 받아서 잘라버렸고, 물리적으로 다시 재조립했고, 이 모든 것들이 굉장히 폭력적인데 그게 사회랑도 굉장히 닮아 있는 모습들이 있어서 저한테는 과정 자체가 되게 재밌는 것 같아요.



오윤영)
그렇다면 사회가 가하는 규범과 폭력. 이런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으셨던 건가요?


정시우)
네, 아직은 제가 그것에 대해 의견을 말하고 싶은 건 아닌 것 같고. 의문 제기라든지, 제가 그것 자체에서 질문을 두고 싶은 것 같습니다.



오윤영)
여기 작품을 들여다봤을 때 빨간 실을 사용해 사선과 X 모양으로 천을 엮어낸 점이 눈에 띕니다. 다른 색을 사용했었지만, 이러한 형태는 과거 작품에서부터 보이고요. 오랜 시간이 걸렸을 것 같은데, 이러한 방식을 사용하며 바느질하는 동안 들었던 생각이 있을까요?



정시우)
말씀하신 대로 제가 다양한 색깔을 사용했었는데 붉은 실로 정착하게 된 것은 설화 중에 그 사람을 인연으로 엮어주는 의미로써의 붉은 실 때문이에요. 저는 이 인형, 조각조각 난 옷들을 다시 엮어줄 수 있는 요소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리고 X자가 원래 코르셋에서 제가 가지고 온 모형이었는데, 지금은 약간 눕혀진 형태로 있어서 어떤 면에서 보면 십자가 같은 모습도 되고 재미있는 형태라고 생각이 들어요. 당연히 재봉틀을 이용하면 굉장히 빠른 속도로 인형을 만들 수 있겠지만, 바느질 행위 그 자체가 저에게는 작업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는 느낌을 갖게 해요. 많은 시간을 보내다보면 작업과 더 많은 소통이 되는 것 같아요. 그 과정 자체에서 오는 더 많은 물음과 가치가 있다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Si-woo Jung (Artist Talk)

오윤영)
2021년부터 옷과 인체를 소재로 작업을 진행하셨더라고요. 드로잉을 엮어 옷을 만들거나, 3d 펜, 소스 등을 활용해 드로잉하거나, 점토로 인체를 빚어내거나 하셨던 점에서 촉각적이거나 파편화된 성질이 두드러진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러한 요소들이 현재 작업과도 연결되는 지점이 있을까요?



정시우)
저는 작업을 할 때 보통 단편적인 것에서 시리즈화되는 경우가 되게 많은 것 같아요. 여기서 몬드리안 얘기를 살짝 하고 싶은데 점·선·면의 개념 있잖아요. 점이 보여서 선이 되고 선이 보여서 면이 된다. 면은 다시 선이 될 수 있고, 점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전 제 시리즈들이 되게 재미있다고 생각하거든요. 하나로 존재하기도 하고 군집이어야만 존재하기도 할 수 있다는 점에서요.

하나를 보면 하나의 작업 작업을 하게 될 수도 있고. 그걸 엮어서 보면 하나의 작업보다 프로젝트 자체로도 보일 수 있고. 프로젝트들이 모이면 결국 제 세계관이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좀 재미있는 것 같고. 촉각적인 거는 제가 봤을 때 지금 주제와 가까워서 그런 것 같아요.

제가 옛날에 했던 작업은 헌법을 가지고 비디오 촬영을 한 것도 있었는데 그건 조금 더 이성적이고 차가운 작업이라 생각하거든요. 근데 이런 작업들은 조금 더 개인의 얘기가 들어있고, 그런 감정선이 있기 때문에 촉각적인 게 좀 더 맞아서 사용했던 것 같아요.



오윤영)
작품 하나하나의 요소들을 점의 개념으로 보신 거고, 그거를 하나로 연결했을 때 면이라고 비유를 할 수 있겠네요.
포트폴리오를 보면서 과거에 점토로 신인류를 만들었던 작업도 흥미로웠는데요. 얼굴을 인식할 수 없고 남성과 여성의 성별을 함께 가진 모습이었어요. 인형의 초기 모습에서는 여성의 가슴 형태가 보이기도 했고요. 현재는 사회적으로 인식되는 성별의 요소들이 모두 빠진 것 같습니다. 이를 보며 성별도 사회적 기호의 하나로 작용한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인체에 흥미를 느낀 이유와 앞으로의 작업에 대한 계획을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정시우)
저는 인체 자체에 대한 흥미가 있는 것보다는 인간이라는 것에 흥미가 있는 것 같아요. 인체는 제가 타인을 보는 기준점이라고 해야 할까요? 저희가 사실 외적인 모습으로 굉장히 많은 것들을 읽어낼 수가 있잖아요. 실제로 그렇게 판단하기도 하고요.

신인류에 대해서는 저는 저희가 관습적인 성 역할이라는 것이 있잖아요. 그런 것들에서 해방될 방법이 뭘까?라고 생각했을 때, 지렁이랑 달팽이를 보니 양성을 가지고 있고, 스스로 알을 만들 수도 있고 하니까, 이런 모습이 해방 아닐까? 혹은 자유에 가깝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시작했어요. 남녀추니라고 실제로 두 가지 성을 가지고 태어나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래서 신인류라면 두 가지 성을 가졌을 때 해방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두 가지 성질을 가진 그런 형태가 나왔던 거고, 이번 프로젝트는 저한테는 조금 더 놀이적인 요소가 많았어요.

지금 여기서도 관조자들이 이 인형들 보면서 주인이 누군지를 한번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는 컨셉 자체도 그렇고. 그런 면에서 인형의 크기라든지 자세, 그런 성별을 나타낼 수 있는 기호들이 빠져야 더 컨셉에 맞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변형이 되었던 것 같아요.



오윤영)
성별을 모두 초월한 것이 진정 해방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정시우)
성에 대한 관념이 있다면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요? 잘 모르겠어요. 그런 것들이 국적으로부터의 해방, 나의 그런 모든 백그라운드에서부터의 해방 자체가 존재할 수 있냐에 대한 물음은 항상 생기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저희는 그런 모든 정보가 없이는 존재할 수가 없잖아요. 하지만 그런 정보에 갇혀서 사는 것도 존재할 수 없다고 저는 생각해요.

Si-woo Jung (Artist Talk)

오윤영)
전시장 바깥인 이곳에서 통유리를 통해 관조하게 되는 인형들의 모습과 전시장 내부에서 직접 상호작용하며 바라본 모습이 또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바깥에서 볼 때는 상품화된 쇼윈도 속 마네킹이나 오브제처럼 보이다가도, 가까이서 볼 땐 인형 하나하나의 이야기가 궁금해졌어요. ‘본다’는 것은 작가님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나요?



정시우)
‘본다’는 개념을 과학적으로 볼 때 동공이랑 홍채의 움직임을 통해 빛이 반사되어 들어와 거꾸로 투영돼서 내가 원래 있던 정보와 결합을 해서 인식하는 거잖아요. 저는 그거만큼 주관적인 정보가 없다고 생각해요. 하물며 저희가 볼 때, 인상주의도 그랬지만 빛이라든지 온도, 모든 변화에 따라서 똑같은 것도 다르게 보이잖아요. 그런 면에서 본다는 개념을 되게 웃기면서도 그 사람의 생각이라든지 편견이랑도 굉장히 맞닿아 있는 개념인 것 같아요.

사실 이런 공간에서 인형을 전시한 건 처음이거든요. 얘네로 항상 퍼포먼스를 하든지 아니면 독일에서는 아무래도 원래 있던 공간을 이용한 자리들이 많았기 때문에 다르게 디피를 했었어요. 이번에는 전시하면서 저도 얘네가 여기 있는 자연광 때문에 좀 더 살아있다는 느낌이 드는 거예요. 이게 화이트 큐브적인 것이나 아니면 여기 있는 빛만으로 얘네가 결국 작업이 되는 거잖아요. 저한테는 얘네가 작업이라기보다는 이 참여자들의 페르소나니까 이런 빛의 변화에 따라 그림자도 바뀌고 색감도 바뀌는 면들이 되게 재밌게 다가오더라고요. 그래서 공간이 되게 매력적이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오윤영)
설치 작업을 하시니까 공간에 따라 같은 작업이어도 다르게 느껴지거나, 또 그 공간 안에서만 상호작용할 수 있는 게 있을 것 같아요. 정시우 작가님의 작업을 보는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나 공유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이야기해 주세요.



정시우)
토론을 많이 하고 싶습니다. 저는 오는 관조자들과 이야기하는 게 너무 즐거워요. 많은 영감을 받는 것 같고, 작업을 봄에 있어서 어렵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항상.



오윤영)
그래서 퍼포먼스도 하시고, 참여자들의 옷을 기증받아서 작업도 하시고 그렇게 진행하신 건가요?



정시우)
네, 조금 더 일상적인 요소들이 많이 다가왔으면 좋겠고. 저한테도 사실 그런 엘리트주의적이라든지 미니멀적인 요소들… 당연히 의미가 있지만 한편으로는 굉장히 멀게 다가오기도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영화 보러 가듯 사람들이 올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어요. 항상 저는 전시할 때 제가 더 말을 많이 걸었던 것 같기도 하고. 그랬으면 좋겠어요.



오윤영)
그렇기 때문에 사진 작업에 보이는 것처럼 여기저기 일상적인 공간을 다니고, 일상에서 사용하던 옷들을 갖고 오셔서 이야기도 나누며 공유하고 싶으셨던 건가요?


정시우)
네.

Si-woo Jung (Artist Talk)

오윤영)
답변 감사합니다. 작가님께 궁금한 점이 있으신 분 질문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참석자 1)
작품을 독일에서 제작하셨다고 하셨는데 거기서 분해하고 가져오는 그 방식이 있잖아요. 내부는 스티로폼과 금속으로 제작된 것 같은데, 자세 자체는 저 작품들이 다 임의로 변경할 수 있게 만들어진 건가요?



정시우)
아니에요. 원래 있던 인형들은 안 자체도 헌 옷이었기 때문에 변경이 가능했지만 그 뒤로는 제작하는 것에 있어 한 자세를 취하는 것들이 더 오브제적인 면이 있겠다. 싶어 변경했어요. 해체는 계획된 건 아니었고 독일에서 가지고 있는 운송적인 면도 있고 여러 가지 부가적인 이유로 해체해서 들고 왔어요.



참석자 1)
아, 그러면 해체하고 다시 한국에 오신 뒤 다시 바느질까지 하시는 거예요?



정시우)
네.



참석자 1)
그럼 독일에서 제작하셨을 때 처음부터 이렇게 전시하시려고 자세 같은 건 다 정해진 상태였던 거예요?



정시우)
자세는 정해져 있었고 참여자들의 옷 같은 경우는 랜덤이었어요. 그런 걸로도 저의 사상이 들어갈 수 있잖아요. 이 사람은 이런 자세를 취할 것 같다. 라는 게 없었으면 좋겠어서 처음에 인형을 먼저 만들었고요. 안에 있는 들어가는 모형은 공방 선생님 자세를 랜덤으로 만들었고. 그리고 옷은 이제 그날그날 해서 따로따로 합쳤습니다.



참석자 2)
자세가 멈춰 있다는 점에서 저는 수동적인 느낌이 들었는데 멀리서 봤을 때는 능동적인 객체로도 보였거든요. 그래서 전 처음에 얘네가 고정되어 있는 게 아니라 계속 이 자세를 바꿀 수 있는 존재 같아 보여서 능동적인 자아를 가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일부러 고정을 하실 필요가 있었을까요?



정시우)
원래 인형들이 그렇게 돼 있었어요. 저는 좀 더 천의 느낌을 줄 수 있는 게 좋겠다.라는 생각을 해서 저희가 흔히 생각하는 인형 그대로의 널브러진 모습이라든지, 여러 공간에 기댈 수 있는 형태였는데 그게 의외로 이 옷 자체에 대한 집중도를 떨어뜨리는 것 같은 거예요. 저한테 중요한 요소는 관조자들이 이 인형을 보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인데 그 자세가 조금 더 포커싱이 맞춰진다든지 이런 게 생기는 것 같아서. 그렇게 될 바에는 차라리 한 자세로 고정을 해버리자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이렇게 시도한 지는 반년 정도 된 것 같아요. 좀 더 변할 수 있지만 지금은 멈췄습니다.



참석자 2)
아까 그 작업 얘기하시면서 뭔가 성별에 대한, 신인류, 그리고 옷감을 사용한다는 것과 사회적 시스템에 관해 이야기하셨는데 신인류가 나오는 것들이 어떻게 보면 불가능한 거다.라고도 말씀하셨잖아요. 저는 그런 사회적 시스템의 붕괴 이후의 모습들이 궁금하더라고요. 혹시 그 이후에 대해서도 한번 생각해 보신 게 있으신지.



정시우)
제 생각엔 세계 전쟁이랑 비슷할 것 같아요. 저희가 권력의 정점에 있는 사람들은 고이기 때문에 썩으니까 바꾸면 또 유토피아가 펼쳐질 거야라고 말하지만, 인간은 또 똑같이 변하지 않을까요? 더 새로운 다른 프레임을 입히고. 왜냐면 사회적 동물이라는 게 그룹을 지어서 타인과의 차이를 두고, 자기만의 바운더리 안의 생활인 거잖아요. 그러면 성별이 아니더라도 그런 요소들을 찾아내지 않을까요? 사람이라면.



참석자 2)
융합의 방법도 있는데 제거의 방법을 쓰셨잖아요. 성별을 융합시킬 수 있는데 제거의 방법을 쓰시는 것도 혹시 이유가 있으실까요?



정시우)
신인류 만들면서도 그 생각을 했었어요. 젠더라는 게 뭘 의미할 수 있는가? 저희가 이제 젠더학을 배우면은 남성과 여성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하잖아요. 일반적으로 물리적인 차이는 존재하지 않는다.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가라는 생각도 하고. 그렇게 생각하면 저희 화장실 갈 때 남녀 화장실이 만약 통합되어 있다면 어떻게 적혀 있어야 할까, 남녀 공용. 그렇다면 제3의 성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지?라는 것도. 명명된다는 것 자체가 어떻게 보면 더 폭력적일 수 있다고 저는 생각을 하거든요.



참석자 3)
사진 작업이 보는 시선보다 더 높게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혹시 그렇게 설치하신 이유가 따로 있으신가요?



정시우)
사실 설치를 할 때 사진이 추가적으로 들어온 거긴 해요. 사진 작업들이 제 인형들을 거스르지 않게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조금 거리감을 띄우고 싶기도 했어요. 오브제들이 바닥에 있다 보니까 공간 자체에 눌림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해서 조금 띄워 디피를 한 것도 있는 것 같아요.



오윤영)
추가로 궁금해진 게 있는데, 예전에 작품 제작하실 때 피부처럼 천을 씌운다. 이렇게 말씀하셨는데 작업을 하시면서 내가 피조물을 만들고 있다. 이런 생각은 안 해보셨나요?



정시우)
한 번도 안 해봤어요. 피조물이라는 느낌보다는, 저에게 동지라고 하면 조금 이상할까요? 저는 페인팅을 만들 때는 피조물이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나의 통제될 수 있는 공간 안에서의 놀이? 내가 원하는 대로 만들 수 있는 이미지라는 느낌이 있는데 설치 작업에서는 공간이나 작업과의 의사소통이 더 많이 되는 느낌이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피조를 했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요. 만들어졌다? 그런 것 같아요.



오윤영)
회화 같은 경우에는 통제하에 만들어 내지만, 이런 설치 작업 같은 경우에는 관람자분들과 다 같이 만들어 나간다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정시우)
그렇죠. 여러 가지 요소들이 있는 것 같고. 지금까지는 그렇게 작업을 해 온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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