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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27 - 11.7

우리 집에 가자

작가: 박지혜
주최/주관: 박지혜
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지난달 서울 인사미술공간에서의 전시(2024.09.20 - 10.04)에 이어 박지혜 작가의 개인전 《우리 집에 가자》가 스페이스 위버멘쉬에서 개최된다. 이 작업은 3대 여성(할머니-엄마-딸)의 발화를 통해 다른 토양에서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고향이 부산인 작가는 삶의 대부분을 서울에서 보내왔음에도 가족 내에서만 사용하는 혼종의 언어에 호기심을 가지고, 물리적 단절을 넘어서는 감정과 연대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설치, 영상 작품을 중심으로 구성된 본 전시에서 작가는 그간 몰두해온 조형언어와 텍스트의 상호작용을 더욱 직관적으로 제시한다. 사물이 된 언어의 부피와 질감을 쫓아가다 보면 보편적 감각, 또는 경험의 접점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전시 마지막날, 낭독회를 통해 발표하는 어느 하루-세 사람의 대화는 서울과 부산에서의 작업을 아우르며 결과적으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갈등의 지층을 어루만지게 한다.

작업의 중심축이 되는 세 사람은 작가 본인의 직간접 경험을 편집한 가상의 인물들로, 주요 대도시(부산-서울-인천)에 터전을 잡고 새로이 뿌리를 내리고자 고군분투한다. 이들은 1950년대 한국전쟁부터 2020년대 전국적인 전세사기 사태에 이르기까지 역사적 사건을 개인의 시련으로 경험하고도 남들에게 쉽사리 상처를 드러내지 못한다. 작품에 묻어나는 이들의 말투, 성격, 관점을 더듬어가다 보면 어느새 한 곳으로 수렴하는 어떤 마음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낯간지러운 사랑도, 복잡한 층위의 미움도 아닌 깊은 애련(哀憐)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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