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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12. 7. - 12. 21.

하반기 레지던시 결과보고전 : 9개의 길들여진 꼬리와 이야기들 Domesticated 9 Tails and Tales

작가: 이태정(발레리 티 리)
주관/주최: 스페이스 위버멘쉬(위버멘쉬 프로젝트)
기획자: 오윤영, 김도플(위버멘쉬 프로젝트)
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시각예술 창작산실
글: 오윤영

ARTIST: Valerie Tee Lee
HOST/ORGANIZER: Space Übermensch(Übermensch Project)
CURATOR: Yun-young Oh, Doppel Kim(Übermensch Project)
SUPPORT: Arts Council Korea
INTRODUCTION: Yun-young Oh
Introduction

발레리 티 리는 네덜란드와 벨기에에서 이민자 한국 여성으로 살아가며 자신의 위치성과 정체성을 탐구했다. 그 과정에서 기존 신체적·관습적 규범과 인식에 의문을 가지며 중심 밖의 목소리를 추적하고 작업으로 가시화했다. 레지던시 결과 보고전 《9개의 길들여진 꼬리와 이야기들 Domesticated 9 Tails and Tales》에서는 밀랍, 도꼬마리, 비단, 바이오 플라스틱 등 순화(馴化)와 자생의 경계에 놓인 물질에 주목하여, 범우주적 연결 가능성을 고찰한다.

작가의 작업에서 밀랍 서판은 인류 역사 속 서사와 드러나지 않은 목소리를 담는 그릇이다. 밀랍 서판은 고대부터 중세까지 활용했던 기록 도구로, 글씨를 새기고 표면을 녹여 재사용 할 수 있다. 서판에 보이지 않는 흔적이 쌓여가는 것처럼, 그의 작업에도 서사가 쌓이고 스며든다. 서판 속 물질들은 부산 사하구 다대동에서 3개월간 거주하며 채집한 것들이다. 그는 부산을 자연물과 인공물이 공존하여 새로운 자연을 일궈낸 곳, 바다를 통한 초국적 이주와 이동의 역사를 지닌 곳으로 바라봤다. 기존 작업에서 사용한 꿀벌 밀랍, 누에 비단 등 인간과 함께해 온 순화종 및 우뭇가사리 같은 자생종과 함께 그물, 양파망 등 자연에 공존하는 인공물을 새롭게 사용했다.

서판 위로 순화되거나 자생한 물질들이 튀어나와 생명력을 분출한다. 혀에 얽혀 꺼내지 못한 이야기들이 흘러나와 다시금 꼬리에 꼬리를 물고 미래로 흘러간다. 여리고 무른 재료들은 느슨하면서도 강하게 엮인다. 서판에 새겨진 텍스트는 비유와 함축을 통해 이성 너머 감각을 부른다. 전시장 바닥에 가라앉은 소금 그물은 우뭇가사리로 만든 바이오 플라스틱, 미역 등과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그물은 발레리 티 리의 2023년 리투아니아와 2024년 포항에서의 전시뿐 아니라, 세계를 연결하며 흐르는 바다를 떠오르게 한다. 그물은 서사와 시간성을 포획하여 전시장에 펼쳐낸다. 바닷물 속에 존재함에도 보이지 않던 소금이 물이 증발하여 나타나듯 작가는 보이지 않던 목소리를 드러낸다. 이분법적 사고와 경계 짓기는 제국주의와 차별의 역사를 낳았고 상처는 아직 아물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작가는 공존과 연대의 가능성을 함께 모색해 보고자 한다.

발레리 티 리는 탈식민주의와 여성주의적 관점을 통해 억압받은 목소리와 서사를 탐구해 왔다. 《이렇게 다 반짝이는걸요》(2024, 스페이스 298, 포항)에서는 해양 생물인 우뭇가사리를 사용해 물질적 기억과 목소리, 식민지 여성 노동 서사를 다뤘다. 《Glossary for the Wild Tongues》(2023, Atletika Gallery, 빌뉴스)에서는 허구적 질병 ‘메두사 신드롬’을 중심으로 디아스포라 여성들의 서사를 출판물로 제작하고, 시청각적 경험이 가능한 전시로 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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