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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9.10 - 9.21

DIORAMA

작가: PP, 김유경, 김이화
주최: Colour the World
주관: 스페이스 위버멘쉬
후원: 김작
기획자: 킨미

#공간과 인간
공간이라는 단어를 그대로 풀어본다면 빌 공(空)에 사이 간(間), 비어있는 곳(사이)라고 할 수 있다. 공간은 인간의 존재 조건이며 공간 또한 인간 또는 사물 없이 존재할 수 없다. 영화 속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텅 비어있는 풍경을 보았을 때 이질감을 동반한 묘한 감정이 드는 것도 그 이유에서 일 것이다. 인간의 역사는 공간을 재고, 금을 긋고, 분할하며 그것을 사유화하는 과정이었다. 지구라는 공간의 땅은 인간의 소유 욕망을 충족하는 대상이었고, 현재 인류는 땅이라는 공간을 넘어서 자연 공간인 해양, 우주뿐만 아니라 가상 공간까지 제 입맛에 맞게 구축하여 점유하고 있다.

“공간은 장소보다 추상적이다. 처음에는 별 특징이 없던 공간은 우리가 그 곳을 더 잘 알게 되고 그 곳에 가치를 부여하면서 장소가 된다.” 이-푸 투안

#디오라마
디오라마는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있는 어떤 역사적 사건(과거)이나 우주 또는 심해(현재), 건설될 도시의 경관(미래)등을 입체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풍경이나 그림을 배경으로 두고 축소 모형으로 설치한 공간이다. 다시 말해 우리가 직접 갈 수 없거나 경험할 수 없는 공간을 디오라마의 형태로 제작하는 것인데 이것은 관객들로 하여금 그 장소에서의 시간과 경험을 상상하게 하여 그 곳에 존재하는 것 같은 추체험을 이끌어낸다.

<4분 44초의 작은 세계>(2021), PP
작품 <4분 44초의 작은 세계>(2021)는 김유경의 <작은 세계>라는 장소에 김이화가 들어가며 생긴 공명과 그로 인해 생성된 추상적 시공간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두 작가는 서로 발견한 이미지들 속으로 융해되어 버린다. 한지에 천연 잉크로 제작된 김유경의 평면 위로 영상 이미지를 녹여낸 이 작품은 기본적으로 자연 표면의 한시적 형상을 묘사하고 있지만, 추상화된 형상들과 오리엔탈리즘적 모티프들이 화면 위 수많은 이미지로 뒤엉키고 분열된다. 안개도 연기도 아닌 변용의 시간 에너지가 담긴 빈자리에는 한 명의 인간이 옆으로 누워있다. 이내 그 빛들은 잔상처럼 발하다가 분열된다. 이어서 그는 여러 페르소나로 분열되었다가 무의식의 안개 사이를 뚫고 지나가기도 하는데, 이는 곧 유령 같은 움직임으로 변형되어 버린다.

<바람, 안개 그리고 숲>(2023), <Our garden is on fire>(2024), 김유경
<바람, 안개 그리고 숲>(2023)과 <Our garden is on fire>(2024)는 작가와 아주 가까웠던 외가 할아버지의 일제 강제동원 이야기에서부터 시작하여 식민주의와 생태의 다면적 연결 고리를 탐구하는 과정에서 마주한 풍경과 장면 조각들을 재구성한 작품이다. 한 세기를 살아온 할아버지의 일제 강제동원으로 잃어버린 2년의 시간은 개인의 기억 속 하나의 독특한 개성을 가진 장소로 선명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할아버지의 언어가 형성한 작가의 관념 속 장소의 풍경은 식민의 역사가 서려 있는 여수 돌산의 실재하는 장소의 풍경을 변모시켰고, 역사적 시각으로 기록된 아카이브 속 장소까지 한데 더해져 캔버스 위 다층적 시간이 중첩된 입체적인 공간으로 재구성되었다.

<The place you are standing on>(2024), 김이화
<The place you are standing on>(2024)은 우연히 재방문한 자주 가던 바다에 이제는 더이상 그 어떤 생명체도 살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인지한 작가가 나머지 단골 해양 장소들도 추적해 데이터화한 이미지들이다. 작품 속 아름답게만 보이는 푸른 바다는 인간의 욕심으로 몇 년 사이에 텅 비어 버린 죽은 공간이고, 그 곳의 작가 자신은 대상 없는 침입자이자 고독한 폭도로 존재했다. 작품명 “The place you are standing on”에는 결코 설 수 없는 땅에 서고자 하는, 가질 수 없는 영토를 애써 소유하고자 하는 인류의 원초적인 갈망을 관객에게 직관적으로 보여주고자 하는 의도가 드러나있다.

“존재는 스스로를 발견하는 장소로 자신들을 둘러싼다. 위장인 동시에 특성의 규정인 겉치장으로 자신을 포장하는 방식이다. 장소가 없다면 존재들은 그저 추상일 것이다."
-조르주 풀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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