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ÜBERMENSCH
FORENSIC, BODY, CAMP
2019.12.18 - 12.30
작가: 이인강, 홍지혜, 김도플
주관: 부산문화재단
기획자: 김도플
ARTIST: In-kang Lee, Ji-hye Hong, Doppel Kim
HOST: Busan Cultural Foundation
CURATOR: Doppel Kim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에 대한 합리적이고 전통적인 경제적 관점에서는 예술을 그만두는 방법밖에 없다. 다양한 층위의 개별 사건들을 모아 하나의 감각적 결과물로 만들어 내는 예술작품은 수많은 잉여시간과 불필요한 노동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한정된 에너지를 어디에 쏟을 것인지는 개인의 선택인 것을 잘 알지만, '어차피 여기까지 온 거 어쩔 수 없다'는 변명이 늘 술자리의 마지막 피날레를 장식한다. 굳이 작가의 삶을 들먹이지 않아도, 우리 모두는 각자의 최전선에 서 있다. 승자 없는 게임일지라도 스스로가 만든 전장에서 각개전투를 개시한다. 우리는 누구를 위해 살아 있는가에 대한 질문과 함께 스스로 답하기 위해 각자의 비장의 무기를 준비한다.
이인강, 홍지혜 그리고 김도플 작가는 각기 다른 배경과 경험, 위치, 상황 그리고 삶의 흐름을 가지고 있다. 2주동안 전시공간에서 텐트를 치고 서로의 영역을 침범해 가며 약 50시간 동안 나눈 대화를 통해 개별적이고 사적인 역사를 추적해 나갔다. 각자 작업의 코어 컨셉 고민부터 시작하여 레지던시, 미술권력, 건강, 유학, 예술가로서의 성공, 예술의 유행 등 작가로 살아남기 위한 정보공유와 귀신, 사건 사고, 주식 투자, 연애, 미래 등 낯부끄러운 유머에 가까운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나누며 미지근함에 지쳐 서로에 대해 알아가기 피곤한 삶의 경계를 공동체적 접근법으로 넘어보려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모두는 결국 소멸해 가는 과정과 마주하게 되었다.
이인강 작가는 10년이 넘는 체육인의 삶에서 개인 육체의 소실과 회복의 순환에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물리적 목적성을 제거한 인공근육의 무한 전기 운동, 최고의 자세를 찾기 위해 버려지는 불필요한 밸런스, 그리고 노스텔지어적인 목발 쉐도우 복싱을 통해 영원한 현역을 위한 그 스스로의 노화와 재생의 간극을 좁히려 한다.
홍지혜 작가는 일련의 사건 들에서 체득한 반복적인 소거 방식의 삶의 자세를 작업에 투영한다. 개인을 24시간 기록하며 사적영역을 지우고, 작가 본인과 전혀 관계없는 곳에 택배를 보내 그 여정의 기록을 재 기록하여 본래 기능 상실을 유도하며, 당연하게 인식되는 정보들을 적출하여 본래의 의미를 똑바로 보는 연습을 한다.
김도플 작가는 본인의 안위를 보장받지 못해 휘발되는 개인을 공포적 상황을 통해 직시하려 한다. 폐가촌에서 채집한(모셔온) 세균들을 배양하여 암울한 미래를 가시화하고, 밤에 버려진 집에 홀로 방문해 그려내는 드릴(Drill)페인팅을 통해 계획되지 않은 결과는 누가 계획했는지 투시하려 한다.
스페이스 위버멘쉬의 첫 번째 프로젝트 전시 FORENSIC, CAMP, BODY는 각 작가의 개별작업이면서 동시에 공동작업으로 느껴지기까지 한다. 작업 주체는 작가 본인이지만 우리의 사고는 나름의 시간동안 꾸준히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것에 유통기한이 있듯 우리의 관계도 이번 전시가 끝나면 흩어져야 한다. 5년뒤를 기약했단 사실을 모든 이와 공유하며 앞으로 우리 모두의 찬란할 삶에 건투를 빈다.